에에... 종교에 귀의하고 계신 분들은 '묵시록'이라는 이름에 갸우뚱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발음'만 빌린겁니다. 묵시록이 默示錄 이라면, 저의 독서묵시록은 약간 다르게, 讀書默視錄 (책을 읽으며, 조용히 보는 기록) 입니다. 책을 읽으시다가, 이건 뭐냐, 하는 것이 있으면 저에게 물어보세요. 물론, 제가 읽은 책에 한해서 답해드릴 수 있습니다. -_-+
(원래 독서묵시록으로 작명한 이유는, 제가 책을 읽으면서 엄청 조용히 읽거니와, 읽고 있을때 옆에서 누가 건드리면 엄청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_-a)
자아, 이번주에 적을 첫 독서묵시록의 테마는 '올해 반년간 읽은 책들' 입니다. 누락된 책이 상당히 많겠지만, 제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아아, 만화책이나 잡지류는 제외합니다.
읽은 순서는... 무시합니다. (새대가리- 에헤라디야- ;;;)
게임은 안 해봤습니다만, 상당히 감명깊게... 아니, 재미있게... 좀 묘한 감정으로 읽었습니다. -_-;;;
책을 읽은지... 3개월 밖에 안 지났는데 내용을 거의 다 잊었습니다. 생각나는 것은 뒷부분 정도이군요. 만약 여러분께서, 이코 어느 부분이 어떤데요... 라고 한마디만 하시면 그 부분이 기억날 것 같습니다. '키워드'로 사는 사람이니 만큼 말입니다... ㅎㅎㅎ;;;
아는 형한테서 들으니, 소설판 이코의 마지막 부분과 게임판 이코의 마지막 부분이 다르다고 합니다. 네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소설판 이코는 여자 주인공... 이름이 생각 안 나네요. 아, '요르다' 군요. 소설판 이코에서, 요르다는 '감동' 이라는 말을 남기고 죽는 줄 알았는데, 떠밀려 와서 이코랑 같이 살아남습니다. 근데, 게임판 이코에서는... '안녕' 이라는 말을 남기고, 요르다는 성과 함께 사라집니다. 이코 혼자서 해변에 밀려오는거죠. 소설판이 더욱 해피엔딩이죠. 뭐, 게임이 먼저 나왔으니, 소설판 작가가 '요르다는 죽기 아깝다' 라는 생각을 가져서 수정한 것일 수도 있죠. 하지만, 일본 RPG는, 대부분 '2번 이상 플레이 해봐야' 진가를 아는 것이 대부분이니, 이코를 2번째로 플레이 해보면 엔딩이 달라져 있을 수도 있겠죠...
명(明)과 암(暗)의 대결이 두드러지는 이코 였습니다. 아아, 돌이 된 사람 묘사는 참 멋지더군요. 제 머리가 상상이 잘 되는 그런 머리인지 아니면 책이 묘사를 잘 해놓은건지는 몰라도 (후자일겁니다. -_-;;;) , 분위기 체는... 상당히 멋집니다. 게임 팬이자 책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한번 쯤 읽어보셔도 괜찮을 책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값이 조금... ;;;
상당히 어렵게 읽은 책입니다... 읽는데 거의 한달 정도가 걸렸죠. 미시마 유키오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일본의 우익성향 작가입니다. (우익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작가였습니다.) 그 사람의 문학을 모르시더라도, '할복' 이라는 단어로 떠올리실 수 있는 그런 작가일겁니다. 1970년에, 자위대 궐기를 요구하면서 할복 자살했죠.
아아, 일단 책의 간략한 소개가 필요하겠군요. 미시마 유키오와, 당시 학생운동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었던 동경대학 (구 동경제국대학) 전국학생공동투쟁위원회 (전공투) 가 1969년 5월에 동경대학 야스다 강당 (900호 강의실) 에서 대(大)토론을 가졌던 것을 녹취해서 적어놓은 것을 김항씨가 해석하여 옮겨적은 것입니다. 1969년의 토론 자체는 책 전체의 1/3 밖에 차지하지 않습니다만, 1999년의 '1969년 강당 토론 30주년 기념 토론회(?)' 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책의 제목에 1969 ~ 2000 이라고 써진 이유도 그렇죠.
여기서 전공투의 소개가 필요하겠군요. '우치게바' 로 퍼져나간 동경대학 전공투. 대표적인 좌익성향의 단체였죠. 하지만, 공산계열,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사회주의 계열'의 단체는 아니었습니다. 따로 분리되죠. (책 중에 나오는데 말입니다... 이것도 까먹었군요.) 1970년 당시의 세계정세를 잘 아시는 분들이라면 제가 설명할 얘기보다 더더욱 자세하게 아시겠지요? ^^
일본 동경대학 전공투의 주된 목적은 '제국대학 해체' 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전쟁을 반성하자' 는 진보적인 생각이 담겨져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유가 얽혀있어서, 자세히 설명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1970년대로 들어서면, 이전까지는 비교적 '비폭력'으로 투쟁하던 전공투가, 무장투쟁을 시작합니다. '우치게바' 도 1970년대에 나오는 말이지요. (1960년대에도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아, 1969년 토론 당시에 '우치게바' 라는 말이 나왔으니, 1960년대에도 썼던 말이 되는군요.)
토론 이후에, 제 갈길을 걸어가버린 두 '단체(單體, 團體)' ... 지금 보면 상당히 멋진 토론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다만, 읽기 전에 주의하실 사항이 있습니다. '충분한 배경 지식' 이 있어야 합니다. 왠만한 지식 갖고는 안됩니다... (저 처럼 말입니다;;;) 철학쪽을 공부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주 손쉽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읽기 전에 일단 테스트 하나 해보죠. '데마고고스' 또는 '데마고그' 의 의미를 아십니까? 아시면 한번 도전해보시죠... -_-+
아아, 1999년의 토론에 대한 것을 적지 않았군요. 1969년의 토론이 '사상'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1999년의 토론은 '현실'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물론, 1969년 당시의 상황과 비교하면서 전개합니다만, 1969년 당시에 나온 주제가 1999년 현실의 주제와 전혀 동떨어지는 주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1999년의, 1/3 밖에 차지하지 않는 토론이, 2/3을 차지하는 그것보다 더더욱 무게감 있어 보일 정도입니다. (그래도 1999년 토론도 만만찮게 어렵습니다.)
지식의 객관성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물론,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말들이 많아서, '왜색이 짙다' 고 단정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은 살포시 넘기고, 책의 철학적인 면만 보셔도, 값어치 이상은 톡톡히 할 겁니다. 읽으시다가 머리 아프실 수도 있을 만큼 말이죠. ^^
에쿠니 가오리(시오노 나나미 라고 적어놨더군요... 죄송합니다. -_-a)님의 작품 중에서 처음으로 읽은 책입니다. 일본이 성(性)적으로 개방된 사회라고 해도, 우리나라에 일단 들어오면... 좀 그렇군요. ;;;
배경 묘사나 심리 묘사는 적절합니다. 하지만, 성적 묘사는... 정도는 그리 심하지 않다고 쳐도, 너무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습니다.
짧게 적는 이유는, 이 책에서는 그다지 감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 취향과는 조금 떨어진 책이라서 그럴까요?)
위에서 설명했던,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입니다. 미시마 유키오 씨가 정치적 성향으로는 우파라고 해도, 문학적 성향으로는, 정말로 두드러지는 '탐미주의' 작가입니다.
그래도 글자 그대로 탐미주의랍시고, 묘사가 잘 되어있는 그런 작품이겠지, 이렇게만 생각하고 책을 읽으려 하시다가는 큰코 다칠 책입니다. '의외로(?)' 철학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이런 철학적인 뜻이 담긴 말들을 볼 때마다, 이 아저씨, 미시마 유키오 씨가 상당한 지식인이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_-)
일본이 얘기하는 태평양 전쟁... 그러니까 2차대전 후반의 그 전쟁의 '전후(前後)'를 다룬 책입니다. 금각사를 불태우려고 하는 장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니 말입니다. 실제로 금각사는 전소(全燒)된 적이 있습니다.) ... 참으로 압권입니다. 제목이 금각사인 이유가 바로 그렇지요.
금각사를 해설해놓은, 맨 뒷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금각사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인물들입니다만, 성격이나 외양 묘사 등은 상당히 다릅니다. 이 역시, 이유는 책 뒤에 나와있습니다.
원래는 금각사를 읽지 않고, 미시마 유키오 씨의 가장 난해한 작품으로 알려진 '가면의 고백' 과 '풍요의 바다' 를 읽고자 했습니다만, 이미 두 책은 절판된 상태도, 웅진닷컴에서 '금각사' 만 출판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셈이지요.
미시마 유키오 씨가 만약에, 할복 자살하지 않고 여태까지 살아있었다면 지금쯤 회갑을 넘겼을 겁니다. 살아있었다면, 계속 집필 활동을 했을까요? 살아있었다면, 일본에 적잖이 영향을 줬을까요? 생각해볼 만한 일이지만, 살아있었다면 참으로 볼만 했을겁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이병주 님의 작품입니다. '산하' , '관부연락선' , '그해 5월' 을 쓰신 작가이시죠. 이분 역시 우익 성향을 보이신 분이라고 알려져있습니다만, 이 책을 읽어보면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전 7권의, 장편 소설입니다. 6월 25일 현재, 학교 도서실에서 대출해서 6권을 보고 있습니다. 아아, 이 책의 배경은 해방 전후입니다. 오늘이 6월 25일이니까, 잘 맞는 날이군요. (56년 지났죠?)
참... 난해합니다. 일단 7권까지 다 읽어야 평을 낼 수 있겠지만, 이병주 님의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 는 말이 보여주듯이... 산맥과 골짜기가 모두 갖춰져야 산맥이 완성되는 것 아닙니까? ... 이병주 님의 문학은, 역사라는 산맥의 부족함을 보충해주는, '문학으로서의 역사' 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문학입니다.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1권에서 성적 묘사가 약간 나오긴 합니다만, 그것 때문에 읽기를 그만 두신다면 대단한 손해입니다. 끝까지 읽으시길...)
학교 도서실에서 빌려서 하루만에 뚝딱 읽어버린 작품입니다. 읽는데 거의 지장을 못 느낄 정도로 가벼운 분량이 인상적(?)이죠... -_-;;; (그리 짧지만은 않습니다.)
여러 단편이 모여 한 책을 이룬 것입니다. 모두 '환상 문학' 이라고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작품 치고는... '치고는' 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 머리가 얼얼하게 하는 건 같지만... ... ... 뭔 말을 하려고 했더라? -_-a
그래도, 저 같은 새대가리가 하루 만에 읽어버린 걸 봐서라도, 쉬운 책은 맞나봅니다. 하지만, 책의 내용 하나하나를 곱씹으면서 읽으시려거든 조금 걸릴겁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읽어보시고, 그렇지 않으신 분들은 시간이 넉넉하시거든 한번 읽어보시길...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기억을 끄집어내느라 머리가 다 아픕니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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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내가 본 책은 도쿄타워와 도쿄기담집...도쿄 타워는 그 노골적인 성묘사에 따른 진부함에 바로 다음 읽어버린 가네시로 가즈키의 'GO'에 묻혀버렸고 도쿄기담집은 뭐가 기담인지 모르겠더라...
2006/06/25 14:58多讀!!!
게임판 이코 역시 엔딩 말미에서, 바닷가로 떠밀려온 요르다와 재회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엔딩을 두 번 보게 되면 둘이 같이 수박을 먹는 장면도 볼 수 있답니다 :)
2006/06/25 19:14오호, 그렇군요. 수박이라... -_-+
이코는 게임쪽도 진엔딩을 보면 소년이 정신 차려서 주위를 살펴볼때 멀리서 소녀가 오는게 보입니다.
2006/06/25 20:13일본쪽은 배드엔딩이 되면 판매량이 조금 문제가 될 정도로 싫어한다고 들었습니다-_-;
그런데 우째 제 눈에는, 배드엔딩으로 보이는게 많을까요? (아이러니... OTL)
우리나라 사람들도 해피 엔딩 좋아하는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 주인공 죽거나 이별하며 끝나면(혹은 그렇게 끝난다고 신문 등에서 알리면) 결말 바꾸라고 막 항의하고 난리도 아니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 '서울의 달'은 시청자가 그렇게 항의해도 제작진이 끝까지 애초에 생각한대로 한석규의 죽음으로 끝맺어서 인상깊게 남았습니다(멀쩡히 살아서 채시라랑 잘먹고 잘살았다로 끝났으면 실망하고 잊어버렸을지도).
2006/07/01 10:05아아... 서울의 달... 어릴 적 눈으로 재밌게 봤었다는... ㅋㅋㅋ;;; 마지막 화는 못 본것 같군요. 한석규씨가 죽는 걸로 나왔다니... 기억은 안 납니다.
근데, 해피 엔딩이나 배드 엔딩이나... 종이 한장 차이 아닌가요? 우리나라 사람이 비극을 더 이상 싫어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물론, 과거 역사 관련은 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