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일기를 쓰는 건, 필자에게 있어서 상당히 드문 일이다. 대부분 면학 시간, 그러니까 밤에 일기를 쓰는데, 굳이 낮에 일기를 쓰는 이유는, 컴퓨터를 할 시간이 밤에는 없다는 이유 때문일까? 뭐, 이제는 이런 변명도 잘 안 먹히게 생겼다. 이제 수능이 100일 남았기 때문이다. 내일이 되면 숫자 세자리 중에서 앞자리 하나가 빠진다. 고 3에게 있어서는 참으로 오금 저리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참으로 난감하다. 이럴 때 일수록, 필자는 꼭 수시 1학기를 붙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곤 한다. 꼭 붙어야지, 에서... 이왕이면 좋은 곳에 붙어야지... 하는 욕심으로 이어지는데... 필자의 머릿속은 그저 공허하기만 해서, 이런 결심을 해 봤자 거기서 거기에 불과한 실정이 되고야 말았다. 이럴 때는 누군가의 격려가 필요하다고들 하지만, 솔직히 필자는 사회에서, 나이에 비해 볼 때 '커뮤니케이션'에서 쓴 맛을 너무나 많이 봤기 때문에 더 이상의 격려는 바라지도, 바라고 싶지도 않다.
누가 해준다면야 고맙긴 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이제부터 진짜로 동물 취급 받는 고 3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제 필자의 앞날은 어찌 될지 모르겠다. 그저, 이달 말에 수시 1학기로 대학을 가는 꿈만 머릿속에 살며시 스케치하고 있을 뿐이다.
수능이 100일 남았다면, 사회에서 가장 먼저 '문화적'으로 클로즈업 하는 것이, 바로 백일주(百日酒)이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거나, 아니면 실제로 경험해 봤을 백일주 문화. 필자도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백일주 문화를 그리 달갑잖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가 시작할 때, 그러니까 보문각 타종이 울릴 때 가족들하고 약속한 것이 있다. 대학 입학이 확정될 때까지는 절대로 술을 입에 대지 않기로 한 것이다. 사실 작년까지는, 집에 가기만 하면 필자의 아버지와 마주앉아 맥주 한 캔을 터놓고 안주를 같이 여러번 먹었었다.
특히, 골뱅이무침. (쩝) 그러다가, 수험생에게는 술이 좋지 않다고 말씀하신 우리 부모님.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물론, 가끔 먹는 와인류는 제외하기로 했었다. ... 그러다보니, 오늘로 다가온 '수능 100일 남은 날'에 난감함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나 선배들이 학교로 몰려와서, 작년처럼 '술 먹자' 라고 하면서 피쳐(Pitcher)를 까놓고 마셔대는 것은 아니련지?
화제를 살짝 돌리겠다. 우리 남자들은 오늘 쯤에나 음주의 기로에 서겠지만, 여자들은... 아니었단다. 어제 벌써 했단다. 우연히 문자를 하다가 알게 되었는데... 아는 애가 술을 마셨다고 취한채로 문자 답장을 보낸 것이다. 그것도 평소답지 않게... 필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술을 안 마실 것 같던 그 애가, 번듯하게 술을 마시고 나서 답장을 보냈다는 사실이. ("왜들 술을 마시는지 이유를 알겠다." 라고 보냈다.) 그래서 "야, 니가 무슨 술이냐! 정신차려라." 라고 보낸 뒤, "술 마시고 상담 할거냐?" 라고 보냈다. (여태까지의 필자의 일기들을 꼼꼼히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이 쯤에서 상대가 누구인지 아실 것이다. 물론, 필자의 입으로는 말 못한다.)
그런데, 역시나 술에 취한 그 아이. 한다는 말이... "범생이라서 공부만 해야되냐?"
충격이었다. 필자도 술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평소에 누가 담배 피우지 마라고 하면, '지는 담배는 죽어도 안 피울긴데, 술은 마실겁니다.' 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필자이다.) 술의 효과가 이 정도라는 사실에 경악을 했다. 소등시간이 지난 탓에, 옆에서 자는 애들이 '문자 그만 보내라' 라고 말을 건네도, 일단 충격을 먹은 덕에 문자를 몇개 더 보냈다. "별로 술도 못 마실 것 같은 애가 술을 마시다니... 심히 우려가 된다. 내일 아침에 별 일 없길 바란다." ... 그랬더니 마지막 답장. "알았으니까, 잘 자라." 라고 보냈다. 그것도 무지 웃으면서. 그 아이 답지 않은 답장이었다.
아직도 그 애가 술을 마셨다는 것에 대해 심히 우려가 되는 바이지만, 수험생이라는 입장에서, "왜들 술을 마시는지 이유를 알겠다." 라는 말을 곱씹어 보았다. 지질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 일순간 풀리는 모양이었던게다. (필자는 술 대신 블로그로 스트레스의 껍질을 벗겨대지 않는가...) 아침에 생각해보니 그렇게 말을 해댔던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저 '백일주'라는 미명 하에 스트레스를 풀고자 마신 술에 대해, '너는 너라서 마시면 안 된다' 라는 말투로 대응했던 필자가 참으로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그 애가 쌓인게 많은 애라는 것을 아는 터인데... 아마 내가 그 애의 입장에서 맛나게 술을 마시고 있었더라면, 속에서 울부짖으며 크라잉넛의 '마시자'를 부르고 있었을 것인데 말이다.
어쨌거나, 오늘은 수능까지 100일 남은 날이다. 모든 고 3들이여, 백일주에 빠져 오늘 아침을 허덕였고, 처음 마시는 술이라서 아직까지 머리가 아픈 사람이 행여나 있다면, 집에 가서 콩나물국 좀 시원하게 끓여달라고 부탁해보자. 백일주 문화를 아시는 부모님들이라면 사랑을 담아 콩나물국을 끓여주실테고, 백일주 문화를 부정적으로 보시거나 모르는 분들이라면 술 먹었냐고 뭐라 하시겠지만, 고 3이 수능 100일 남은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풀고자 술을 마셨다는 것을 솔직히 털어놓으면 행여나 좋은 콩나물국을 끓여주실 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말해도 꾸짖으실 분도 계실거다.)
크라잉넛 '마시자' 가사 보기 (노래는 없습니다.)
마시자 마시자 술을 쫙쫙 마시자
오늘 하루도 지치도록 뛰어온 너와나
세상은 잠들어도 갈증은 참기 싫어 야 ~
마시자 마시자 해장술을 마시자
매일 걱정만 되는 마음 풀리지 않는 숙취
들이밀고 붓고 부어도 채울 수 없는 인생 야 ~
모이자 모이자 어김없이 모이자
부어라 마셔라 노래를 부르자
우리 가슴에 남아있는 때를 벗겨 버리자
한잔 더해야지 (맛이 가기전에)
한잔 더해야지 (필름 끊기기전에)
한잔 더해야지 (해가 뜨기전에)
당췌 집엔 언제 갈거유?
한잔 더해야지 (맛이 가기전에)
한잔 더해야지 (필름 끊기기전에)
한잔 더해야지 (으아아 ~)
이런 젠장맞을 다 꺼져버려
모두가 떠난 자리 홀로 남은 새벽녘
망가져가던 나의 손을 잡아준 그대
오늘밤이 꼴딱 새도록 노래를 부르자
노래 부르고 부르자 너와 나 꿈을 위해
태양은 비추지 않아도 뜨거운 너와 나
노래 부르고 부르자 너와 나 꿈을 위해
라라라 라라라
TRACKBACK :: http://571bo.tistory.com/trackback/312
댓글을 달아 주세요
미니벨로나 그냥 자전거나
2006/11/10 09:47미니벨로라고 속도가 덜나오는것도 아니고
일반 자전거에 비해서 휴대성이 그렇게 좋은것도 아니고;;;
타는입장에서 느끼기엔 뭐 그냥 그래요; 뽀대나는거 하나는 장점 - n-);
제껀 http://www.kokorostudio.net/tt/202 이넘;
American Eagle의 SUBWAY 모델이군요. ^^
저는 Strida나 ALTON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데... 값이 꽤나 나가더군요. OTL
이제 목욕제계하고 선녀가, 아니 그날이 오기만을 차분하게 기다리는것만 남았군요.
2006/11/13 12:45최상의 컨디션으로.
어이쿠- 선녀님;;; OTL (최상의 컨디션은 언제쯤에나 올까요...)
그날이 바로 내일이군요;;
2006/11/14 20:55그저 대박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